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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 리 나 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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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-05-07 16:14 조회1,424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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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 리 나 무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이 명 순

 

천지도 분별 못하고

그저 어머니 가시는 대로

손에 매달려

산길을 걷고 있는

어린 소녀에게

봄볕을 담뿍 받으며

방금 잠에서 깨어난 듯

여리디 여린 이파리로

동그랗게 웃으며 만나주었던

우리만의 그 나무.

 

좌우도 분별 못하고

까만 머루처럼 반짝이는

어린 소녀의 눈동자 속으로

쫑긋 선 아기 고양이의 솜털같이

연두 빛 새잎이

너무 고와서 어머니도 모르게

치통처럼 시린 가슴

처음 알려주며

살짝 다가온 그 나무.

 

이제 내 나이 오심이 넘어

어느 산골 길가에서

우연히 스쳐 만나

잊고 지낸 세월이

설움으로 복받쳐 오르는데

어찌 잊고 살았는가, 그 나무

오 리 나 무.

 

2013. 8. 28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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